『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은 도널드 트럼프가 1987년에 발표한 자서전이자 비즈니스 전략서로, 트럼프의 협상 철학과 사업 성공 노하우를 담은 책입니다. 당시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명성을 얻고 있었으며,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큰 거래를 성사시키고, 사람들을 설득하며, 위기 속에서도 주도권을 쥐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비즈니스 협상의 달인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 되면서 다시 한 번 백악관에서 그 철학을 현실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상대로 어떤 방식으로 거래하고,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며, 결과를 이끌어내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거래의 기술』에 담긴 핵심 전략과 협상 철학을 살펴보고, 최근 세계 정세 속에서 트럼프가 어떤 거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지까지 예측해 봅니다.
『거래의 기술』 속 협상 철학: 이기는 딜은 준비된 딜이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에서 "성공적인 거래는 우연히 성사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그는 모든 협상이 사전에 철저히 계산된 전략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협상의 본질은 결국 '심리전'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협상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한 뒤, 그 심리를 조종하는 것이 트럼프식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그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판 짜기'입니다. 그는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언론 플레이, 대중 인식 조정, 정보의 선별적 노출 등을 통해 상대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이미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른바 ‘프레임 선점 전략’입니다.
또한 그는 거래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과장하여 상대방이 그 기회를 놓치면 큰 손해를 본다는 불안감을 심어줍니다. 이는 단순한 허세가 아닌, 협상 전 심리적 압박을 위한 기술입니다. 트럼프는 "크게 생각하라"고 반복적으로 말합니다. 작은 이익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며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입니다. 이는 그가 수십 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루면서도 상대를 압도해 낸 방식이기도 합니다.
트럼프의 전략은 단호하고 직설적입니다. 그는 협상 중 타협보다는 압박을 선택합니다. "플랜 B는 없다"는 그의 신념은 모든 협상이 반드시 이겨야 할 전쟁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그것을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 협상의 카드로 삼습니다. 상대는 트럼프와 협상을 하면서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다고 느끼게 되며, 이는 협상에서의 심리적 주도권으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그는 협상에서 감정을 철저히 배제합니다. 상대가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도 그는 침묵과 계산된 언행으로 일관하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불확실한 메시지를 던져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처럼 트럼프의 협상 철학은 결과 중심적이며, 감정보다는 효과와 심리에 기반한 전략적 사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통령 트럼프, 『거래의 기술』을 국가 운영에 적용하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 『거래의 기술』에서 말한 전략은 고스란히 정치와 외교 현장에 이식되었습니다. 그는 미국을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했고, 외교는 하나의 거래로 보았습니다. 국가 간의 외교 관계도 결국 이익을 위한 협상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첫 번째 주요 사례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입니다. 트럼프는 대중 무역적자를 문제 삼으며 수천억 달러 규모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는 거래의 시작부터 압박 전략을 사용했고, 중국이 협상에 나서도록 유도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양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협상을 파기하고 더 큰 압박을 가하는 식의 전술은 『거래의 기술』에서 그대로 가져온 방식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나프타(NAFTA) 재협상을 통해 USMCA라는 새로운 협정으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미국의 제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는 기존 협정을 “최악의 거래”라고 비판하며 판을 뒤엎었고, 새 조건을 제시하며 거래를 다시 짰습니다. 이는 플랜 B 없이 승부를 거는 트럼프식 전략의 전형적인 예였습니다.
북한과의 정상회담 역시 외교적 성과와는 별개로, 협상 테이블을 스스로 만들고 대화의 중심에 서려는 전략이 돋보였습니다. 김정은과의 직접 회담은 기존 외교 문법을 무시한 파격적인 선택이었고, 이는 언론과 국제사회에 강력한 인상을 남기며 트럼프의 협상가 이미지를 강화했습니다.
백악관 복귀 후, 다시 시작된 트럼프식 협상 전략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는 다시 한 번 백악관에 입성하며 자신의 철학을 현실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협상을 '게임'으로 보고, 글로벌 무대를 무대로 여깁니다.
현재 그는 중국과의 무역 구조 재편을 다시금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며, 반도체 및 전략 자원에 대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이는 일종의 ‘경제 안보 거래’로, 미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대신 전략 산업의 국내 회귀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NATO와의 관계에서도 그는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이 보호하려면, 비용을 지불하라”는 식의 직설적인 언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또한 국가 간 거래로 외교를 해석하는 트럼프의 접근 방식입니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는, 이란과의 갈등 고조를 배경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및 걸프국가들과 에너지 및 안보 협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유리한 경제 조건을 이끌어내려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결론: 트럼프의 거래 철학, 이제는 국제 전략의 무기로 작동하다
『거래의 기술』은 단순히 비즈니스 전략서가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심리와 정보를 활용해 어떻게 협상을 주도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행동 지침서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전 세계를 상대로 딜을 만들어냈고 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조건부 거래 전략’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맹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관계가 아니라 명확한 조건이 있는 계약 형태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세계 각국과의 관계에서 군사력, 에너지, 경제 기술력 등을 교환 조건으로 설정하며 더 큰 레버리지를 확보하려 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다자간 협상보다 양자 간 거래를 선호하며, 복잡한 외교보다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명확한 결과를 추구합니다.
트럼프는 협상의 본질을 단순히 주고받는 조건의 교환이 아닌, 심리전과 이미지 전쟁으로 승화시킨 인물입니다. 그가 지금 백악관에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세계가 다시 한 번 전략적이고 조건 중심적인 트럼프식 거래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뜻합니다.